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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시론] 한국경제의 불황과 인수합병(M&A)의 활성화

2020. 01. 09
[시론] 한국경제의 불황과 인수합병(M&A)의 활성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987년 이후 한국이 겪은 두 번째 세계금융위기인 2008년 리먼브라드즈 사태의 영향을 받은 2009년 0.7% 성장이라는 불황을 겪었고, 이어 2010년에는 6.5%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2% 후반대에서 3%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성장을 해 왔다.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율은 2.0%로 집계됙 있다. 주요 선진국 중 2.3%를 기록한 미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 한다.

숫자로 나타나는 성장률과는 달리 국민 일반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불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느끼고 이해하며 행동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올해 2월부터 한국을 본격적으로 덮친 코로나 사태는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불황기임을 느끼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의사결정도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중장기적 경영판단에서 신규투자를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장기간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보면,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라 불리던 구미의 정보통신전자 사업 분야가 현격히 위축되어 있고,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업체가 중심이 된 대구의 제조업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정체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1998년의 IMF 금융위기나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사태와 같이 공황에 가까운 사태가 오지는 않고 있다. 기업인들이 지속적인 불황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도 2018년까지 성장률은 3% 가까운 (선진국 내지 그에 근접한 국가들의 모임인 OECD 소속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성장률이 2% 선을 위협받으면서 저성장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성장률 숫자가 아니라 기업과 가계가 심각한 불황국면으로 인식하고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앞 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제조업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폐업을 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한편으로는 기업회생 절차를 통하여 갱생을 도모하는 기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2006년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회생법원을 중심으로 전국의 주요 법원 파산부에는 회생신청 사건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는 회생절차가 어려워진 기업들에게 갱생의 방법으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기업이 어려워질 경우 과거와 같이 속수무책으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회생신청 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통합도산법의 시행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기업의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다. 어려워진 기업이 투자유치를 하거나 매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기업의 사업주가 투하자본을 회수하고 이익을 남기는 의미에서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경영자가 나이가 들면 자녀를 기업에 입사시켜 후계자 수업을 받도록 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가업(家業)을 승계하지 않으려는 기업인 자녀들도 적지 않다.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혜택도 상당하고, 부모가 일구어 놓은 기업을 이어받아 경영을 할 경우 경쟁자에 비하여 엄청나게 유리한 지위에서 출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그것을 고사하는 기업인 자녀들이 많은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풍요로운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삶의 가치관이 바뀐 것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기업경영의 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나이가 들고 기업을 승계할 자녀가 없을 경우 선택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임직원들 중 누군가에게 기업을 양도하는 경우인데,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현실에서는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하고 기업의 소유주가 대주주로서 지위만 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위탁경영을 하여 성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기업을 매각하는 것, 즉 인수합병(M&A)에 의한 기업 경영권 이전이다. 인수합병은 계속 기업의 유지와 성장동력 확보에 매우 좋은 계기가 된다. 인수합병이 기업에 미치는 좋은 효과를 살펴보자.

첫째, 일반적으로 기존 대주주에 비하여 자금력이 큰 기업이나 투자자가 기업을 인수함에 따라 회사의 재무를 충실하게 하고 공세적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 점에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수자가 자금력이 충실하고 기업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인수합병을 하는 주체는 일반적으로 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기업가 정신이 강한 기업이나 개인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기업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내어 올 수 있다. 이 점에서 피인수 기업의 입장에서 인수자의 주요한 요건으로 건실한 전략적 투자자(SI)일 것을 요구한다. 경우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FI)가 결합하는 경우도 있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가 있어야 재무적 투자자의 자본도 그 가치를 발한다 할 수 있다.

인수합병을 통하여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근로자들의 고용이 승계되고, 사업이 심화, 확장된다면 매도인, 매수인, 근로자, 그리고 기업의 채권자와 거래처들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고, 결국은 그 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가 경제의 힘을 튼튼히 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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