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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차입매수(LBO)와 업무상 배임죄>

2019. 05. 23

<차입매수(LBO)와 업무상 배임죄>

대구경북 M&A 기업회생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판례해설(대법원 2006.11.9. 선고 2004도7027 판결)

1. 사실관계

(1) 회사정리절차에 있던 인수대상회사 K(이하 “대상회사”)의 주식매수 및 신주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인수자 A(피고인)는 특수목적법인 B(이하 “인수회사”)를 설립하고, 금융기관이 특수목적법인에 자금을 대여하여 인수자가 그 자금으로 주식매수 및 신주인수를 한 후, 피인수회사의 부동산을 인수자금 670억원을 대여한 2개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사례이다. 인수자는 특수목적법인의 대표이사로 등기를 하였고, 인수 이후 대상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인수회사는 670억 원의 대출금으로 신주 인수대금 260억원을 납입하고, 대상회사의 주식 500여만 주를 양수하였으며, 정리채권을 할인하여 약 280억 원에 양수하는 등 대출금 중 거의 전부를 대상회사의 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거래 결과 B는 대상회사의 주식 66.2%를 취득하게 되었고, 인수자는 2001. 6. 7.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로부터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허가를 받아 등기를 경료하였고 다음날 회사정리절차가 종결되었다.

이후 인수자는 대출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인수회사가 보유한 대상회사의 주식을 근질권 설정의 방법으로 담보로 제공하였다가 나중에 대상회사 소유의 담보부동산에 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담보채권자 00종금으로부터 위 신주를 반환받았다. 그밖에 대상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 더 있다.

(2) 인수자 A는 이상과 같은 대상회사 자산의 담보제공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공소가 제기되어 1심에서 업무상 배임죄의 유죄판결을 받아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즉 이 사건의 원심판결은 피고인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판결요지에 나타난 바와 같이 차입매수 거래에 있어서 담보를 제공하면서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의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경우가 아니면 배임죄가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의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인수자가 LBO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수자가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피인수회사에게 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 인수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나중에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 LBO(Leveraged Buyout)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피인수회사로서는 주채무가 변제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게 되므로 인수자만을 위한 담보제공이 무제한 허용된다고 볼 수 없고,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의 위와 같은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만일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인수자 또는 제3자에게 담보 가치에 상응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인수회사에게 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판결에 대한 비평

가. 차입매수(LBO)의 개념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기업 인수합병(M&A)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 되었다. 인수합병 거래에서 자금조달과 관련하여 주요하게 제기되는 쟁점 중의 하나가 차입매수이다.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인수합병 거래에서 취득대상 회사의 자산을 직접 또는 간접의 방법으로 담보로 제공하여 기업매수자금을 조달하여 당해 회사를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인수 기업이 인수자의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직접 담보를 제공하는 방법과 인수자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그 법인이 인수금융을 조달하여 인수작업을 마친 뒤 일정 기간 경과 후 특수목적법인과 피인수회사가 합병을 하여 인수금융에 따른 부채를 피인수회사가 부담하게 되는 방식이 있다.

나. 차입매수에 관한 법률 규정

차입매수에 관하여 상법은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다만 상법 제542조의9는 “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라는 제목으로 상장회사가 주요 주주 및 특수관계인, 이사, 감사 등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하여 신용공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하여 상장회사를 인수함에 있어서 대주주가 된 인수인이 조달한 인수자금의 변제나 담보를 위하여 자금대여, 보증, 담보 제공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차입매수에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법 제398조의 이사의 자기거래 금지 규정도 차입매수 행위에 대한 규제 조항이 될 수 있다. 위 조항은 회사의 이사나 대주주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승인을 받지 아니하면 그 거래는 무효가 될 수 있다. 차입매수는 인수자인 대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가 담보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간접적인 형태의 자기거래로 분류될 수 있다.

다. 차입매수와 배임죄의 성립 여부

(1)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②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③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고, ④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는 것과,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① 임무위배, 본인의 재산상 손해 또는 손해발생의 우려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② 불법이득의 의사가 필요하다.

이 사안에서 대표이사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인수금융을 조달하였으므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였다는 것은 간명하게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에게 손해가 있는가. 임무위배 행위에 해당하는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는가라는 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

 

 

(2) 첫째, 본인에게 손해가 있는가를 살펴보면,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는 반드시 현실화된 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손해가 발생할 구체적 위험의 발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대상회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지배주주가 된 인수자의 자금조달이라는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회사의 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되어 담보권 실행이 될 경우 자산을 상실할 위험이 발생하였으므로 손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임무위배 행위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회사 자산의 대가 없는 담보제공 사실 자체만으로 임무위배행위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이 되지만 이에 대한 반대견해도 있다, 대주주 1인이 100% 주식을 보유한 1인 회사의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소수 주주가 없으므로 임무위배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회사의 재무부실화로 손해를 보는 것은 주주만이 아니라 회사의 채권자도 있으므로 포괄적으로 임무위배 행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지지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본인의 이익을 위한 사무처리에 해당하여 불법이득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의 경우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개인채무에 대한 담보제공을 한 경우이므로 행위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부실화된 회사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고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조달에 따른 행위라는 점에서 본인인 대상회사를 위한 행위라는 측면도 있다. 이와 같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동시에 행위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도 되는 경우에는 결국 어느 의사가 주된 경우인가를 살펴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상법학계의 견해와 판례의 취지이다.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계산 아래 어디까지나 신한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의사로 그 인수자금의 조달을 위하여 이 사건 담보제공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가 크며, 단지 피고인이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위 금융기관들에 담보로 제공하였다고 하여 바로 피고인에게 대상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은 결국 배임죄의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를 부정한 것이다. 

 

(2) 그러나 대법원 판결인수자가 피인수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현실적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수자 또는 제3자에게 담보 가치에 상응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인수회사에게 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고 불법이득의 의사를 인정한다.  

라. 결어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1심 판결과 달리 피고인의 행위가 자신을 위한 자금조달행위라는 측면과 함께 회사를 살린다는 의지를 고려하여 배임죄의 범의가 없다고 본 것은 광범하게 존재하는 차입인수의 현실에서 볼 때 균형을 유지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는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고, 그 위험에 대한 인식이 있었으며, 행위자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목적이 더 강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형법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엄밀한 해석에 의할 때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입인수를 광범하게 인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들과 채권자들의 피해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법원 판결에 의한 선례의 축적과 함께 특별법을 통한 규율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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